# 챕터 1. 사고 전날
재홍은 책상 위에 흐트러진 서류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창밖으로는 도심의 불빛이 어지럽게 반짝였고, 사무실은 벌써 조용했다. 늦은 야근이었다. 자동차 회사의 리콜 담당자로 일한 지도 어느덧 5년. 이번 출장은 그의 경력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재홍은 책상 위에 놓인 시계를 확인했다. 밤 11시 10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걸쳤다. 미국에서의 출장이 끝나고 내일이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그가 처리한 리콜 업무는 예상보다 순조롭게 끝났고, 상사의 칭찬도 받아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면 꽤 괜찮게 끝난 편이지."
혼잣말을 하며 그는 사무실의 불을 끄고 밖으로 나왔다. 복도를 걸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동안, 그는 피곤한 몸을 가볍게 풀며 눈을 감았다. 긴 하루였다.
호텔로 가는 택시 안에서 재홍은 내일의 계획을 머릿속에서 다시 확인했다. 비행기 시간은 오전 9시 45분. 적어도 한 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했다. 서류와 짐을 미리 챙겨두었으니 큰 문제는 없었다. 그저 시간에 맞춰 일어나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호텔 로비를 지나 방으로 들어서자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그는 침대에 누워 잠시 눈을 감았다가, 미리 챙겨둔 여행가방과 서류 뭉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몇 번이고 반복한 습관이었다. 확인을 끝낸 뒤 그는 작은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마셨다.
"그래도 이번엔 뭔가 잘 풀리는 것 같단 말이지."
그는 중얼거리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밤늦은 도시의 거리는 한산했다.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호텔 방의 전화기를 들고 룸서비스 메뉴를 잠시 훑었지만, 딱히 끌리는 음식은 없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결국 코트를 걸치고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했다. 호텔 근처에 늦게까지 여는 작은 식당이 있었다. 이곳에 머문 일주일 동안 이미 몇 번 다녀 익숙한 곳이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가게 주인은 그를 알아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오늘은 늦으셨네요."
"일이 좀 많았거든요."
"늘 앉던 자리로 앉으시겠어요?"
재홍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창가 근처의 구석 자리로 향했다. 그가 자리에 앉자 가게 주인이 늘 시키던 메뉴를 말없이 가져왔다.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는 어두웠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움직임이 드문드문 보였다.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 익숙한 일상에 다시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복잡한 감정이었다.
음식을 먹으며 창밖을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가게 한쪽의 낯선 인물에게로 옮겨졌다. 식당의 안쪽 테이블, 어두운 조명 불편한 듯 한쪽 다리를 조금씩 끌며 앉아 있는 남자가 보였다. 표정은 어둡고 지쳐 보였다. 재홍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얼굴을 잠시 응시했다. 무언가 이유를 알 수 없는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 그의 시선이 식당 안의 다른 테이블로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이번엔 창가에서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 앉은 남자였다. 차분한 표정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신경 쓰이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얼굴의 일부가 조명 아래 그림자로 덮여 더욱 그런 느낌이었다.
재홍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이 식당 안의 묘한 분위기를 갑자기 의식하게 되었다. 그는 얼른 시선을 돌리고 다시 자신의 식사에 집중하려 했지만, 이 두 사람의 존재가 자꾸만 신경 쓰였다.
식당의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재홍은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을 느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그의 등을 스쳤다.
"내일은 아무 일 없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재홍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그는 전혀 알지 못했다. 바로 이 순간이, 앞으로 그를 포함한 세 사람의 운명을 바꾸게 될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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