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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1. 3편

depilled 2025. 8. 9. 15:45

3 편. 첫 번째 회귀 - 비행기 추락(2)

-재홍의 시점-
창밖으로 빗방울이 거칠게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재홍은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늘은 여전히 잿빛이었고, 비는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는 시계를 확인했다. 
오전 6시 30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아침이었다. 그는 잠시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창밖의 비를 바라보았다. 기운 없이 흘러내리는 빗물은 호텔 창문을 타고 흐릿한 자국을 만들었다. 재홍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했다. 따뜻한 물줄기가 피곤한 몸을 풀어주었지만, 여전히 뭔가 개운치 않은 기분이었다.
욕실에서 나와 짐을 챙기고 가방과 서류를 다시 한번 꼼꼼히 점검한 뒤, 그는 호텔 방 문을 나섰다. 로비는 이른 아침의 고요한 적막감 속에 있었다. 호텔 직원은 친절한 미소로 그를 배웅했다. 그는 택시에 올라타며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은 평소와 같이 분주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재홍은 익숙한 절차대로 수속을 마쳤고, 자신이 선호하는 뒷편 창가 자리로 향했다. 기내에 탑승한 뒤에도 그는 평소처럼 책을 펼쳐 들었다. 기내 승객들은 서로 소곤대며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비행기가 이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체가 갑자기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승객들의 불안한 웅성거림이 기내를 채웠다. 그러나 아무런 안내 방송도 들리지 않았다. 재홍은 의아해하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 순간 거대한 충격과 함께 기체가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에서 책이 미끄러졌고, 곧이어 모든 것이 어둠과 공포로 뒤덮였다.
재홍은 두 번째 죽음이었음에도 전혀 인지하지 못한채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유진의 시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유진은 어둡고 무거운 공포가 온몸을 짓눌렀다. 방 안 모든 것, 천장, 창문, 심지어 빗소리까지도 그의 기억에 선명하게 각인된 그대로였다. 그는 절망적으로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그의 몸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유진은 머릿속에서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몸은 전혀 그를 따르지 않았다. 호텔 방을 나서 택시에 오르고, 공항으로 향하는 모든 행동이 정확히 과거의 반복이었다. 그는 눈앞에 펼쳐지는 익숙한 풍경을 보며 내면에서 비명을 질렀지만, 현실에선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다.
재홍과 같은 비행기를 탑승했던 유진은 죽음을 맞이했었다.
그리고, 분명 비행기가 추락해 죽었을거라 생각했던 유진은 지금 왜 죽은 날과 같은 하루가 반복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공항에 도착한 뒤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는 두려움과 무력감에 빠져 있었다. 그의 겉모습인 몸과 입술은 여전히 습관적으로 승무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고, 그는 평소와 같은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하늘로 올라선 뒤, 유진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몸을 통제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는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비행기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승객들의 불안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이상하게도 아무런 안내 방송이 없었다.
유진은 자신의 귀 뒤에서 스튜어디스들이 나누는 급박한 속삭임을 들었다.
"조종실에서 왜 아무 연락도 없지? 뭔가 이상해."
"조종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
"탑승 전에 수상한 승객이 있었다고 했잖아. 연관이 있는 걸꺼야"
유진의 가슴은 더욱 빠르게 뛰었다. 뭔가 중요한 단서를 듣고 있었지만, 그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아무것도 없었다. 몸은 여전히 좌석에 붙박힌 듯 고정돼 있었다.
기체의 흔들림이 점점 심해졌고, 승객들의 비명 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유진은 창밖을 응시했다. 어둠 속에서 차가운 태평양 바다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몸은 그 어떤 저항도 없이 정해진 운명대로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설마 또 죽는거야?"
기체는 더욱 격렬히 흔들리며 추락했고, 유진의 의식은 어둠과 충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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