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편. 민수의 첫 번째 회귀 - 비행기 추락(1)
-민수의 시점-
어둠이 몰려왔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공포와 함께.
기내의 혼란스러운 비명과 흔들리는 기체, 무언가가 충돌하는 소리, 그리고 곧바로 찾아온 무중력의 순간. 민수는 자신이 속수무책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미 큰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었기에 익숙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죽음 앞에서는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법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바다. 짙푸른 어둠 속에서 거칠게 출렁이는 물결이 비행기를 집어삼키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갑자기, 온 세상이 반대로 흐르기 시작했다.
무너져 내린 기체 조각들이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갔다. 부서진 천장이 다시 붙었고, 깨진 유리들이 날아올라 원래의 형태를 되찾았다. 창문 밖으로는 빠르게 가라앉는 수면이 보였다. 민수는 극한의 혼란 속에서 자신이 ‘되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야, 대체…?’
그의 몸은 의지와 상관없이 뒤로 빨려 들어갔다. 질식하며 헛구역질을 하던 폐가 다시 맑아졌고, 온몸을 짓눌렀던 압력이 점점 사라졌다. 그러면서도 그는 공포에 질렸다. 그의 몸은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시간이 역순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민수는 재홍, 유진이 타고 추락했던 비행기의 승객 중 한명이었다. 그리고, 그 두 명과 함께 겪었던 첫 번째 추락사고를 거슬러가고 있었다.
기체는 빠르게 상승하며 처음의 고도로 돌아갔다. 공포에 질려있던 승객들은 되감기는 듯 차분한 얼굴로 변했다. 승무원들은 안내 방송을 하지 않았고, 떨어졌던 짐들은 다시 머리 위의 수납함으로 들어갔다.
얼마 뒤 비행기는 왔던 길을 다 되돌아 왔는지 하강하며 착륙했다. 민수는 무력하게 자신의 몸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시간이 더 빨리 되감기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는 공항 게이트에 서 있었다. 체크인 카운터 앞에서 여권을 돌려주는 직원의 손길이 빠르게 지나갔고, 공항 터미널를 빠져나와 택시를 다시 탔다. 도로의 빗물이 하늘로 빨려 올라갔고, 택시가 호텔로 되돌아가는 동안, 거리의 풍경들이 흐릿하게 뒤로 흘러갔다.
호텔에 도착한 그는 계산한 돈을 다시 지갑으로 집어넣었고, 체크아웃했던 순간부터 거꾸로 돌아가 로비로 들어섰다. 로비의 직원은 그를 향해 반대로 손을 흔들었다.
복도를 지나 방 문 앞에 섰다. 카드를 빼내 문을 열었고, 방 안으로 들어가며 가방을 원래의 위치에 내려놓았다. 그는 물이 세면대로 올라가 다시 수도꼭지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봐야 했다.
침대 위로 돌아온 그는 몸을 누이고 이불을 끌어당겼다. 눈을 감는 순간, 모든 게 잠시 멈춘 듯했다. 그리고 민수는 생각했다.
'지금 나는 죽음으로부터 되돌아 온건가..?'
'왜 아무런 행동을 취할 수 없는 걸까. 되돌아가고 있기 때문인 걸까'
민수는 지금 겪고 있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으나, 50년의 세월동안 닳고 닳은 그의 정신은 그저 순응하는 것에도 벅찰 뿐이었다.
그리고 이내 잠이 들었다.
충격과 함께 숨이 턱 막히는 느낌. 다시 한번 공포 속에서 눈을 떴다. 창밖은 까맣고, 비행기의 객실 불빛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뭐야… 또?’
민수는 다시 죽음의 순간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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