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편. 다섯 번째 회귀 - 잠재의식(1)
-재홍의 시점-
눈을 떴다.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이 호텔방도, 아침의 공기마저도 변함없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시계를 확인했다. 이번에도 같은 시간이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샤워를 마친 뒤 짐을 챙겼다. 이번에도 공항으로 가야 했다. 호텔 문을 나서면서 어쩐지 이 패턴이 지겹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피로감 때문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공항에 도착해 출국장으로 향하는 길, 그는 자연스럽게 민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누구십니까?"
"피해 보상 담당자입니다. 피해자 분께서 겪은 사고의 보상 건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민수는 짧은 침묵을 흘린 뒤, 담담하게 대답했다.
"오늘은 좀 어려울 것 같은데요. 비행기 시간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그럼 한국 도착 후 다시 이야기하시죠."
재홍은 전화를 끊고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보상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고 싶었지만, 서두른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다.
공항에서 탑승구로 향하던 중, 안내 방송이 들렸다.
재홍은 순간 멈춰 섰다. 정확한 내용은 놓쳤지만, 비행기 이륙이 지연된다는 말이 들려왔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자연스럽게 '테러 때문인가?'라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최근 뉴스를 봤던 기억과 어쩐지 불길한 느낌이 결합되며 그는 은연중에 확신했다.
‘이거… 아까 뉴스에서 본 그 사건과 관계있는 거 아닐까?’
재홍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발권 창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티켓을 교환할 수 있을지 확인해야 했다. 그는 빠르게 창구로 향하며 주변을 한 번 더 살폈다. 그러나 공항 내 분위기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차분했다.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수속을 밟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약간의 의문이 들었지만, 그는 이미 자신의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유진의 시점-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공항에서 재홍을 발견하자 마치 오래된 친구를 보는 것처럼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러나 이것은 유진 내면의 의지가 아니었다.
유진이라는 인간의 본성이 이끌어낸
그저 폭발물 제거로 얻은 만족감으로부터 발현된 자랑 심리일 뿐이었다.
“어이, 여기서 뭐 해요?”
재홍은 낯선 듯 유진을 바라보았다. 재홍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티켓 환불될까 해서요.”
유진은 재홍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비행기가 지연된 일과 관련해 이야기를 꺼냈다.
테러를 막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탑승구에서 발견한 수상한 파우치와 그 안의 액체 폭탄을 보안 요원에게 넘겼던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겉으로는 별일 아닌 듯이 말했지만, 그 순간의 긴장감과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던 감각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재홍은 그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
“직업이 뭐예요?”
유진은 순간 망설였다. 그의 내면에서는 지금이라도 재홍에게 회귀에 대해 털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입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막혀 있는 듯했다. 답답함이 속에서 끓어올랐다.
그는 간절히 입을 열고 싶었지만, 현재의 유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직업에 대한 질문을 피해버렸다.
"뭐, 그냥 이런저런 일 해요. 직업이랄 것도 없죠."
재홍이 의아한 눈빛을 보냈지만, 유진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대화를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그때, 또 다른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현재 기체 결함이 해결되었으며, 항공기 이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재홍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유진은 분명 테러 사건 때문에 비행기가 지연됐다고 했지만, 지금 안내 방송에서는 기체 결함이 해결되어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뭐야, 이 사람? 허풍이 심한 건가?'
유진도 같은 의문을 품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방금 전까지 자신이 왜 그런 이야기를 꺼냈는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았다.
테러를 막았다고? 그는 그런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그 말을 내뱉고 있었다. 마치 본능적으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것처럼.
재홍은 유진에게
“이야기를 잘 지어내시는 걸 보니, 직업이 소설가나 기자 같은데요?”
유진은 애써 웃으며 대화를 돌렸다. 하지만 속으로는 불안감이 커져갔다.
재홍은 티켓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걸 확인하고, 테러의 위험도 없으니 원래대로 귀국하기로 결정했다.
탑승을 완료하고 자리에 앉은 재홍은 유진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남았다. 그는 순간적인 호기심으로 옆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의 유진은 그를 보며 놀란 듯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둘 사이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드디어 내면의 유진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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