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의 시점-
의식이 사라졌다.
질식으로 인한 죽음은 고통스러웠다. 폐가 터질 듯한 압박감, 몸속에서부터 타들어 가는 듯한 느낌. 그는 몸부림치고 싶었지만, 이미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주변의 소음이 점점 멀어졌고, 그의 감각은 완전히 끊어졌다.
그러나, 죽음 뒤에 찾아온 것은 끝이 아니었다.
강제로 열린 눈. 되살아나는 감각.
시간이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이미 사망한 그의 몸이 좌석으로 되돌아갔다. 얼굴을 감싸던 산소 마스크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고, 공기 중으로 사라졌던 연기가 천천히 기체 안으로 흡수되었다. 비명이 멎고, 승객들이 마치 되감기된 영상처럼 차분한 얼굴로 바뀌어 갔다.
수화물 칸에서 퍼져나가던 불꽃도 사그라졌다. 타들어가던 플라스틱이 원형을 되찾았고, 기체의 벽면에 붙어있던 재가 공기 중으로 떠올라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는 다시 숨을 들이마실 수 있었다.
다시, 시간이 되돌아갔다.
연기가 거꾸로 사라졌다. 화재 경보가 꺼졌고, 승무원들이 긴장을 풀며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승객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화를 이어갔다.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그의 의식은 점점 뒤로 당겨졌다.
순간, 민수의 눈이 특정한 한 사람을 따라갔다. 유진.
처음 회귀했을 때는 알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알았다. 유진은 이전과는 다른 자리, 비행기의 반대편 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의 시선이 창밖을 향해 있었다. 하지만 뭔가 어색했다.
그러나 생각할 틈도 없이 시간이 계속 거꾸로 흘러갔다.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곧 공항 터미널이 보였다. 민수는 여전히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탑승구에서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은 후진하듯 되돌아갔고, 그 역시 원래의 자리로 움직였다. 체크인 카운터를 통과하고, 출국 심사를 거슬러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공항 로비였다.
공항은 언제나처럼 분주했다. 하지만 민수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었다. 사람들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말이 입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행인들이 들고 있던 커피는 다시 컵 속으로 흘러들었고, 안내 방송은 되감기된 테이프처럼 역재생되었다.
그러나 가장 불쾌한 것은—
그가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 순간, 사건이 터졌다.
몸이 자동적으로 보안 검색대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유진은 뒷걸음질로 민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러나 민수는 거꾸로 재생되는 그의 말을 명확히 이해하진 못했다.
"괜찮으세요?"
처음 듣는 목소리였음에도 이상하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민수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유진을 힐끔 바라보았다. 유진의 얼굴에는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민수는 보안 검색대의 보안 요원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규정? 웃기고 있네. 난 그냥 비행기 타러 가는 거라고!"
소리를 지르자 유진이 빠르게 뒷걸음질로 민수로부터 달아나버렸다.
"진정하시고, 규정을 따르셔야 합니다."
"지금 이게 정상적인 대우냐고!"
주변의 시선이 따가웠다. 지나가는 승객들이 힐끔거리며 바라봤다. 일부는 못 본 척 발걸음을 재촉했고, 몇몇은 소란을 구경하며 흘끗거렸다.
"장난해? 다리 하나 없다고 멈춰야 해?"
"미스터, 여기서 대기하세요."
보안 요원이 그를 가로막았다.
폭발했던 감정이 서서히 사그라들며 이전과 다를 바 없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다시 아침
창밖으로 빗방울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침이 되었다.
다시. 또다시.
'글쓰기 > 단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단편 소설 1. 9편 (4) | 2025.08.09 |
|---|---|
| 단편 소설 1. 8편 (3) | 2025.08.09 |
| 단편 소설 1. 6편 (1) | 2025.08.09 |
| 단편 소설 1. 5편 (2) | 2025.08.09 |
| 단편 소설 1. 4편 (2) | 2025.08.09 |